우리는 모성애에 대하여 일견 비슷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따뜻한 품, 관용과 용서, 넘쳐나는 사랑 등등.. 이는 자식을 품은 모든 동물들이 본성적으로 가지는 속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의 세상을 보자면, 그 근원을 동물적 본성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듯싶다. 자기 자식을 서슴없이 죽이고 짓밟는 패륜이 심심찮게 사회면의 한 꼭지를 채우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유로이 살던 에바(틸다 스윈튼 분)가 겪는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남편 프랭클린(존 C. 레일리 분)을 만나 아들 케빈(이즈라 밀러 분)이 생기며 자신의 자유로운 삶이 시시하고 재미없는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보통 좋게 됐다고 한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간에, 양육의 스트레스는 결여된 모성애로 배가돼 에바는 심각한 멘붕에 빠진다. 애가 하도 우니까 공사장 드릴 소리로 귀를 막아 버리기도 하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그렇게 시난고난 키워낸 아들 케빈은 결국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 십초딩이 된다. 취학 연령이 되었음에도 변을 가리지 못해 방금 갈아입힌 기저귀에 일부러 다시 poop! 하는 행동, 에바가 자유로이 떠돌던 옛날을 그리워해 세계지도로 벽을 도배하자 그새 벽에 잉크를 뿌려대고 사악한 미소를 짓는 행동.. 에바에겐 행복한 양육생활이 아닌 지옥같은 세월이다. 


비약도 아니다

 세월이 흘러, 머리통에 악마가 들어있는 양 놀던 케빈은 결국 그 의심을 여실히 증명한다. 그리고 그 죄는 에바에게 씌워지고, 주변 사람들의 모멸은 그녀의 삶을 철저히 부수고 깨뜨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남편과의 충동적인 첫 섹스? 관심 없던 태교? 케빈을 실수로 내던져 다치게 한 과거?  아들은 여전히 냉소적이고, 그녀에게 세상은 여전히, 지옥과 같다.

 


  이렇게 모성애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 결국 그녀는 어머니가 되기로 한다. 퍽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녀는 케빈에게 손을 내밀었고, 한 남자의 여인으로써가 아니라, 한 남자의 어머니로써 살아가기로. '케빈에 대한 이야기' 가 아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한 그녀는 비로소 '케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여전히 남들의 모멸과 냉소는 계속 그녀의 일생을 망가뜨릴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 세상에서 보이는 패륜의 모습은 어쩌면 부모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패륜아의 머리에 악마가 들어찬 것이 아니라, 부모 안에 악마가 들어찬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들이 악마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가 되지 못하는 것일지도.


케빈에 대하여 (2012)

We Need to Talk About Kevin 
 8.1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에즈라 밀러존 C. 라일리시옵한 폴론애슐리 게라시모비치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 112 분 | 20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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